다크랜드 Darklands

.<다크랜드>는 공포와 스릴러 장르의 숨막히는 공간 속에 황폐화된 산업사회가 처한 정신적 난관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지방신문 기자 프레이저는 견습기자인 레이첼과 석연치 않은 사랑에 빠진다. 레이첼은 철강공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오빠가 프레이저가 뒤쫓고 있는 사건과 관련있다며 조사를 부탁한다. 프레이저는 야심찬 사업가이자 정치가인 데이비드 켈러가 이끄는 밀교집단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아낸다. 마침내 바로 자신이 이 지역의 경제부흥을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이교도의 의식에 희생양으로 운명지어진 끔찍한 가족사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 프레이저에게 협조적이었던 인물들이 차례로 살해되고 프레이저 또한 죽음의 카니발에 참가하게 된다.
줄리언 리처드는 신예감독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탄력있는 구성력을 보여준다. 웨일즈 지방의 고대 켈트족의 종교는 현대 산업의 폐허 속에 남겨진 대중의 불안이 녹아드는 위험한 국수주의의 전당이다. 제작자 폴 브룩스의 말처럼 “탄광이 폐쇄되고 공장이 문을 닫은, 생존과 문화전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대중 심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 Rosemary's Baby>가 베트남전의 벼랑에서 미국 중산층이 잉태한 자기분열을 담아낸다면, <다크랜드>는 밀교의 부흥에서 후기 자본주의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산업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을 읽는다. 카니발의 제물이 될 아기를 생산하도록 프레이저에게 강요되는 정사장면은 탐정/스릴러 장르에 갈려있는 현대이성의 권력과 이에 도전하는 밀교적인 하위문화 간의 대결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1997년 제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남인영)